9. 주주간계약서 필수 독소조항: 중간에 도망가거나 배신하는 팀원을 막는 합법적 장치
이성호 공인회계사 · 마일스톤 회계법인
회계사로서 수많은 스타트업의 자본 변동 내역을 검토하다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서류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회사는 이제 막 매출이 나기 시작하거나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날개를 편 시점인데, 주주명부 한구석에 지분 20~30%를 차지하고 있는 ‘낯선 이름’이 박혀 있는 경우입니다.
사연을 물어보면 대개 비슷합니다. 창업 초기에 같이 밤을 새우자며 지분을 나누어 가졌던 공동창업자가, 사업이 시작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적성에 안 맞는다"라거나 "취업하겠다"라며 지분을 그대로 쥔 채 회사를 떠나버린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주주간계약서 없이 지분을 넘겨주는 것은, 언제든 내 회사의 이익을 합법적으로 가로챌 수 있는 백지수표를 건네는 것과 같습니다. 남아 있는 청년 창업가들은 피땀 흘려 일하는데, 도망간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추후 배당을 받거나 지분 매각 대금을 챙겨가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대참사를 막기 위해, 법인 설립 전 동업자들과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주주간계약서 속 '핵심 안전장치(창업가들이 흔히 독소조항이라 부르는)'들을 짚어드리겠습니다.
1. 주식 매수선택권(Vesting): 약속한 기간을 채워야 진짜 내 주식
떠나는 팀원의 지분을 합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필수적인 장치가 바로 ‘베스팅(Vesting, 주식 매수선택권)’ 조항입니다.
쉽게 말해 "주식을 지금 당장 완전히 네 것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우리 회사에서 일정 기간 이상 성실히 근무해야만 온전한 소유권을 인정해 주겠다"는 약속입니다. 통상적으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2년에서 4년 정도의 기간을 기준으로 설정합니다.
- 실전 활용 예시: 주주간계약서에 "만약 주주가 설립 후 2년 이내에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회사가 지정한 자가 그 주주가 가진 지분 전체를 액면가(혹은 아주 낮은 금액)로 강제 매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이 조항이 있으면, 동업자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이탈하더라도 남아 있는 창업 멤버들이 재무적 손실 없이 지분을 회수하여 새로운 핵심 인재를 영입하는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2. 주식 처분의 제한과 우선매수권
초기 스타트업의 주식은 단순히 돈의 가치를 넘어 '함께 배를 저어갈 책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한 동업자가 자신의 지분을 대표도 모르는 제3자나 경쟁사에 마음대로 팔아넘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의 핵심 기밀이 유출되는 것은 물론,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주간계약서에 ‘주식 처분 제한’과 ‘우선매수권’을 반드시 걸어두어야 합니다.
- 주식 처분 제한: "회사 설립 후 최소 O년 동안은 다른 주주들의 전원 동의 없이 자신의 지분을 외부인에게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묶어두는 장치입니다.
- 우선매수권: 만약 기간이 지난 후 주식을 팔고 싶어 하는 주주가 생기더라도, 외부인에게 넘기기 전에 "남아 있는 주주들에게 먼저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강제하는 조항입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지분이 엉뚱한 외부 세력에게 넘어가 의사결정 구조가 오염되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3.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의무
가장 최악의 배신은 회사의 핵심 아이디어와 소스코드를 가지고 나가 유사한 경쟁 업체를 차리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청년 창업 팀에서 의견 대립으로 갈라선 뒤, 몇 달 만에 똑같은 카피캣 서비스를 들고 시장에서 적으로 만나는 사례를 회계사인 저는 정말 자주 목격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주주간계약서 말미에는 반드시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조항과 이를 위반했을 때의 ‘위약벌(벌금)’ 조항이 들어가야 합니다.
- "퇴사 후 최소 O년간은 동일한 업종 혹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을 하거나 경쟁 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 "이를 위반할 시, 취득한 지분 전량을 몰수(또는 액면가 매수)하고, 회사에 OOOO만 원의 위약벌을 지급해야 한다." 이 조항은 단순히 상대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쌓아 올린 비즈니스의 무형자산을 보호하고 동업자 서로에게 긴장감과 책임감을 부여하는 최소한의 법적 울타리입니다.
💡 한줄 요약
주주간계약서의 안전조항들은 서로를 의심해서 쓰는 족쇄가 아니라, 중간 탈락자로 인해 도모한 비즈니스가 침몰하는 것을 막아주는 공동 운명체의 안전벨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