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합의했는데 계약서가 없다면
이정원 변호사 · 블루 법률사무소
"계약서는 안 썼지만 분명히 합의했습니다." 상담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먼저 오해부터 풀면, 우리 법에서 계약은 원칙적으로 말로도 성립합니다. 구두 합의도 계약입니다. 문제는 성립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1. 다툼이 생기면 "무엇을 합의했는지"부터 싸우게 됩니다
문서가 없으면 합의의 존재, 금액, 범위, 기한 — 전부가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상대방이 "그런 약속은 없었다"고 하는 순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쪽이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2. 증거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남아 있습니다
계약서가 없다고 증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자와 메신저 대화, 이메일, 통화 녹음, 송금 내역, 세금계산서, 일을 실제로 진행한 흔적 — 이런 조각들이 합의의 존재와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분쟁이 시작되려는 상황이라면, 이 조각들을 지우지 말고 모아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3. 지금이라도 문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거래가 진행 중이라면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합의 내용을 정리한 확인서나 정산 합의서 한 장이면, 이후의 다툼 범위가 크게 줄어듭니다. 상대방이 서명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가 이 거래의 위험 신호이기도 합니다.
말로 한 약속을 지키는 상대와만 거래할 수 있다면 계약서는 필요 없을 것입니다. 계약서는 상대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기억이 서로 다를 수 있어서 쓰는 것입니다. 이미 문서 없이 진행된 거래라면, 남아 있는 기록을 기준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지부터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상황에 이 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하다면
일반론은 여기까지입니다.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갈립니다.